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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2억 받고 나간 가게, 그 내역서엔 뭐가 적혀 있었을까

임대차계약서 특약사항 17조에 적힌 문구 하나가 그 가게의 운명을 갈랐다. "을은 임대인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시설변경을 할 수 없다"라는 조항. 평범해 보이지만, 이 문장이 홍대 메인 스트리트에서 3년 버틴 라운지바를 나락으로 보낸 진짜 원인이다.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 홍대 서교동 일대에서 사라진 업소 37곳의 폐업신고서를 추적해봤다. 흥미로운 건 단순히 매출 부진으로 접은 곳은 8곳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나머지 29곳은 "임대차 계약 갱신 거절"이라는 사유를 달고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생기면 답이 없다

단골들이 줄 서서 들어가던 합정역 3번 출구 앞 그 가게. 월 매출 7000 찍던 곳이었다. 그런데 작년 11월, 건물주 아들이 동종 업종으로 바로 위층에 오픈했다. 그것도 똑같은 인테리어 컨셉으로.

권리금 2억 받고 나갔다고 업계에 소문났는데, 실거래 내역 보면 그게 아니다. 인테리어 시설권리금 7000만원, 바닥권리금 3000만원, 영업권리금은 건물주 측에서 "경쟁업종 입점으로 인한 가치하락"을 이유로 0원 처리했다. 결국 실수령액은 1억 300만원. 여기서 원상복구비 1750만원이 공제되면 실질적으론 8500만원 정도 건진 셈이다. 3년 장사한 가게 치곤 처참한 수준이다.

이게 바로 '건물주 리스크'라는 거다. 임대인 입장에선 완전 합법적인 플레이다.

## 살아남은 가게들은 뭘 달리 했나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2019년부터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라운지바 두 곳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5년 장기계약에 '을의 시설투자비 보호조항'을 특약으로 넣었다. 쉽게 말해, 임대인이 중도 해지할 경우 감가상각 안 된 시설비의 70%를 보상하라는 내용이다.

이 조항 하나 넣으려고 변호사 비용 120만원 썼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월세 30만원 더 비싼 조건이었어도 이 특약을 넣었어야 했다는 게 업자들 공통된 후회다.

한 곳은 아예 건물주가 바뀌는 상황에서도 이 조항 때문에 인테리어 손해 없이 권리금 1억 5천을 실수령 했다. 이게 차이다.

## 왜 이런 정보가 공유되지 않을까

가게 팔 때 중개사들은 권리금 '총액'만 강조하지 내역서 상세는 잘 안 본다. 매수자도 모르고, 매도자도 말 안 한다. 실제 폐업 6개월 전부터 어떤 신호가 있었는지, 계약서 제 몇 조가 문제였는지 같은 건 현장에서 부딪혀본 사람만 안다.

결국 이 시장의 생존을 결정하는 건 유행하는 인테리어나 SNS 마케팅이 아니다. 계약서 한 줄 읽는 태도다. 특약조항 하나에 목숨 걸어야 하는 게 이 바닥이다. 합정, 홍대, 마포 일대에서 5년 이상 버티는 업장들은 결국 이 계약 리터러시에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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