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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가 40%가 인솔 프린트 하나로 날아간다면, 당신은 그 박스를 버릴 수 있나

2023년 11월 말. 작업실에서 아식스 젤 카야노 14 OG '아이보리/미드나이트' 리스탁 물량을 개봉하다가 손이 멈췄다. 인솔을 빼는 순간, 뭔가 다르다는 걸 직감했다.

기존 2021년 오리지널 릴리스에서는 인솔에 찍힌 아식스 로고가 약간의 릴리프 처리가 된 진한 네이비 톤의 인쇄였다. 그런데 이번 리스탁 물량은 잉크가 얇아지고, 로고 폰트 주변의 블리드가 거의 사라진 상태. 거의 스크린 프린트에서 디지털 프린트로 바뀐 듯한 느낌이었다.

이 차이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백 명 중 하나도 안 될 거다. 하지만 그 한 명이 당신의 중고 거래 상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스탁 인솔 로고가 바뀌었다는 것의 진짜 의미

스니커즈 커스텀 의뢰의 80%는 '오리지널리티를 훼손하지 않는 선'이 조건이다. 내가 이 신발을 받아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인솔 상태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이다. 인솔 로고는 그 신발이 진짜 데드스탁(DS)인지, 아니면 누군가 신고 돌아다니다가 박스만 바꿔치기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 중 하나다.

2023 리스탁판의 인쇄 방식 변경은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다. 이건 제조 공정에서 패드 인쇄 기계를 교체했거나, 최소한 인쇄 유닛의 마모를 그냥 바꿔치기한 정황이다. 아식스의 인솔 로고는 예전에는 유성 잉크를 썼지만, 최근 환경 규제로 수성으로 전환하면서 발색이 약해지고 마모도 빨라졌다. 이게 업계에선 꽤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네가 이 신발을 사서 보관했다가 2년 뒤에 판다고 치자. 그런데 바이어가 2021년판 인솔 로고만 알고 있다면? "가짜 아니에요?" 한 마디에 거래는 파토난다. 이걸 설명해주려면 나처럼 인쇄 공정 차이를 말해줘야 하는데, 일반인 그런 거 모른다.

박스가 문제다. 진짜 문제는 박스다.

나는 커스텀 페인팅을 맡기면 습관적으로 오리지널 박스를 받는다. 작업 중 페인트가 마를 때까지 신발을 보관할 때도 오리지널 박스가 가장 안전한 옵션이다. 그런데 클라이언트 중 일부는 박스를 버리거나 심하게 찢은 상태로 가져온다.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오리지널 박스가 없는 신발의 리셀가는 다운 30~40% 다. 경매장에서 DS 등급을 받으려면 박스, 포장지, 태그 모든 게 있어야 한다. 젤 카야노 14 같은 모델은 박스 자체도 나름의 디자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박스 없음은 그냥 "중고" 취급이다. 박스 훼손도 마찬가지다.

내가 작업한 커스텀 에어 조던 4 블랙캣에 메탈릭 글로스 마감을 더했을 때, 클라이언트가 그걸 포장 없이 맨손으로 들고 가는 걸 보고 진심으로 소리칠 뻔했다. 그거 작업하는데 3주 걸렸다. 그 신발이 만약 나중에 중고로 나오면 원래 값의 절반도 못 받을 거라. 박스 없음 + 커스텀 여부 불확실성 = 가격 폭락이다.

당신이 놓친 한 가지 조건

마지막으로 정리하자. 신발 상태를 논할 때 사람들은 어퍼나 아웃솔만 본다. 하지만 진짜 가치를 좌우하는 건 인쇄 가능한 모든 것이다. 인솔 로고, 박스 라벨의 폰트, 텅 태그의 스티치 간격, 이 모든 게 누군가에게는 진위를 판별하는 근거다.

젤 카야노 14 OG 아이보리를 지금 사려는 사람은, 2021년과 2023년의 인솔 로고 프린트가 다르다는 걸 기억하라. 이 지식이 나중에 "짭인가요?"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패다.

박스를 버리지 마라. 인솔을 닦지 마라. 그게 내가 커스텀 작업자로서, 그리고 한정판을 몇 켤레 굴러봤던 인간으로서 줄 수 있는 유일한 충고다.

어차피 이런 디테일을 아는 사람들은, 발매일 전날부터 정보를 찾아보는 축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주말이면 신촌이나 홍대를 벗어나 합정까지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기 취향을 진지하게 아는 공간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업계에는 그런 찐들을 위한 곳이 은근히 숨어 있다. 찾는 법은 간단하다. 공식 가이드 채널 같은 데서 정보를 꾸준히 찾아보는 거. 거기가면 최소한 짝퉁 인솔로 사기 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