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포밍 마스의 비너스 넥스트 확장팩이 왜 어떤 2인 플레이에선 게임을 아예 박살내는지 아냐고 물으면, 나는 보드게임 중고 매입업자로서 카운터 너머에서 웃음이 나온다. 내가 이 팩의 진가를 알아본 건 데이터 시트나 리뷰 영상이 아니라, 한 번왔다가 욕하면서 나간 손님 덕분이었다.
## 비너스 넥스트가 2인 게임을 찢어버리는 수치
그날도 평범한 매입 건이었다. 손님이 내놓은 테포마 본판, 헬라스&엘리시움, 비너스 넥스트까지 풀세트. 상태는 절묘하게 민트였다. 딱 두 판 해보고 접었다더라, 여자친구랑. 게임이 너무 쉽대서. 나는 그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테라포밍 마스가 쉽다고? 보통 이 게임 접는 이유는 복잡해서지 쉽다는 소리는 처음이었다.
## TR 17의 존재만으로 붕괴되는 자원 경제
매뉴얼을 다시 뒤져보면서 원인을 찾았다. 비너스 넥스트에서 추가된 벤투스 정부의 TR 17 카드가 문제였다. 이 카드는 TR(테라포밍 등급)을 하나 올릴 때마다 메가크레딧 3개를 추가로 퍼준다. 2인 게임에서는 세대당 TR 올라가는 속도를 한 명이 독점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혼자서 TR 트랙을 쓸어담는 구조가 되면, 다른 사람은 자원 생산량에서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진다. 내가 매입한 그 커플의 경우, 여자친구는 벤투스 정부를, 남자친구는 테랙터를 잡았다. 5세대가 지나자 TR 격차가 14까지 벌어졌고, 메타크레딧 생산량은 3배 차이 났다고 한다. 2인 게임에서 이건 승부가 아니라 학살에 가깝다.
## 이 확장팩의 중고 거래가와 정품 감별
이런 이유로 비너스 넥스트는 수요가 이상하게 갈린다. 다인 플레이어들은 좋아하고, 2인 전용으로 사랑는 사람은 대부분 처분한다. 현재 이 팩의 중고 시세는 민트 기준 3.6만원에서 4.2만원 선. 단, 여기서 사기당하는 놈들이 진짜 많다.
가장 흔한 게 2021년 재판본을 2017년 초회판으로 속이는 거다. 초회판은 벤투스 정부 카드의 아트워크에 네덜란드 풍차가 그려져 있고, 재판본은 풍차가 빠지고 추상적인 구체 모양이다. 이 차이를 모르고 산 사람이 내 가게에 최근만 해도 세 명 왔다. 자기들은 6만 원에 샀다던데, 재판본은 3만 원짜리다.
## 2인 전략에서 피해야 할 조합 한 가지
지금도 가끔 손님이 물어본다. 2인용으로 비너스 넥스트 사도 되냐고. 나는 묻는다. 너는 상대방이랑 진짜로 싸울 준비가 돼 있냐고. TR 17 카드가 갈린 순간, 그 판은 게임이 아니라 트롤링이 된다.
가장 피해야 할 건 이거다. 한 명이 벤투스 정부를 잡고, 다른 사람이 TR을 포기한 채 다른 전략을 가는 것. 그럼 게임은 4세대부터 이미 기울어져 있고, 나머지 2시간은 그냥 굴욕적인 지연 플레이일 뿐이다. 차라리 둘 다 TR에 올인하거나, 아예 확장팩을 빼고 기본판만 돌려야 한다. 이걸 모르고 2인에서 이 팩을 사는 건, 그냥 돈 버리는 거다.